전면 개편된 해운 얼라이언스…‘2강 1약’ 치열한 생존 경쟁 예고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적재용량)의 77%를 차지하는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동맹)가 오는 4월부터 4개 체제에서 3개 체제로 전면 개편돼 활동을 시작한다. 기존 ‘2중 2약’이었던 업계 구도가 ‘2강 1약’으로 압축되면서 선두업체간 치열한 생존 경쟁이 예상된다.



선사간 인수합병(M&A)과 세계 7위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한치 앞을 볼 수 없었던 해운 얼라이언스 개편 과정은 지난해 12월 현대상선이 머스크, MSC(2M)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CMA‧CGM, COSCO 등 프랑스, 중국 선사들이 힘을 모은 오션과 하팍로이드, NYK 등 독일과 일본 선사들이 모인 디얼라이언스는 일찌감치 출범 준비를 마쳤다.



2M+HMM은 선복량 658만5789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세계 전체 선복량의 31.8%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독일 선사 함부르크 수드 인수를 마무리하면 선복량은 718만8849TEU(34.7%)로 급증한다. 오션은 선복량 532만4002TEU로 점유율 25.7%를, 디얼라이언스는 선복량 341만1297TEU로 점유율 16.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얼라이언스가 대폭 개편된 이유는 대형 선사들이 불황 타개책으로 인수합병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다른 얼라이언스에 소속돼 있던 선사들이 M&A를 통해 같은 회사가 되면서 합종연횡이 새롭게 이뤄졌다.



새로운 얼라이언스 체제의 특징은 4개에서 3개로 숫자가 줄어든 대신 각 얼라이언스의 덩치가 커졌다는 것이다. 해운업계는 초대형 얼라이언스들의 등장으로 상위권 선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선사들은 강력해진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운임 상승과 하역비 인하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수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업계가 개편되면서 신생 업체의 시장 진입도 어려워졌다. 얼라이언스에 가입하지 못할 경우 중견 선사 이상 규모를 키울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운업계는 당분간 2M+HMM과 오션이 선두에서 양강(兩强) 구도를 형성하고, 디얼라이언스가 뒤를 쫓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얼라이언스는 주축이던 한진해운이 회원에서 제외되면서 힘이 많이 빠졌다.



오션과 디얼라이언스는 4월 1일부터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2M+HMM도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로부터 승인을 받게 될 경우 같은 날 서비스를 시작한다.



◆ 선대 규모‧서비스 최고 수준 2M+HMM과 오션의 선두 경쟁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는 기존에도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해운업계 판도를 좌우했다. 최근에는 현대상선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새롭게 맺으면서 미주노선의 점유율을 늘렸다. 남북 항로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함부르크 수드가 머스크와 합병을 마무리할 경우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세계 3위 프랑스 선사 CMA‧CGM이 주축이 된 오션은 중국, 대만, 홍콩 등 범(凡)중국계 선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최대 화주국인 중국 물량 확보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에버그린 등 아시아‧미주노선에 강점을 지닌 선사들이 포진해 있어 북미 항로에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항로는 2M+HMM과 오션의 2강 체제가 예상되지만, 북미 항로에서는 오션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머스크 분석 결과 유럽 노선의 점유율은 오션 37%, 2M 36%, 디얼라이언스 23% 순으로 나타났다. 북미 노선의 경우 오션 42%, 디얼라이언스 30%, 2M 22%의 점유율이 예상된다.



약체로 꼽히는 디얼라이언스는 주축 멤버였던 한진해운의 탈퇴 이외에도 여러 난관이 남아 있다. NYK, MOL, K라인 등 일본 선사 3사가 컨테이너 부문 합병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 노선이 대부분 겹치는 일본 선사들이 합병할 경우 일부 노선을 폐지해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본 선사들은 합병 이후 일본발(發) 노선 2개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2M+HMM이나 오션과 비교했을 때 미주노선에 투입되는 선박 크기도 작다. 디얼라이언스는 2만TEU급 선박이 투입되는 북유럽 노선이 1개뿐이지만, 2M+HMM과 오션은 각각 4개, 2개를 가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디얼라이언스 소속 해운사들은 재무적인 어려움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롭게 재편된 얼라이언스의 2강 1약 구도가 시간이 갈수록 굳어질 것”이라고 했다.



◆ 국내 항만업계엔 악재…하역비 인하 압력 거세질 것



얼라이언스 개편이 항만업계에 미칠 영향도 크다. 특히 부산항의 환적물동량 감소가 우려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새로운 노선 계획을 발표한 오션과 디얼라이언스가 아시아‧북미노선 2개, 아시아‧북유럽노선 1개를 줄이기로 하면서 부산항에서 처리할 수 있는 환적물량이 최대 35만TEU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덩치가 커진 얼라이언스들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교섭력(바게닝 파워)을 무기로 터미널에 하역비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항만업계 입장에서는 대규모 물량을 가진 선사에 비해 열위에 놓인 상황이다.



외국 항만들은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 고베항은 컨테이너 터미널 3곳을 통합해 운영하기로 하고, 홍콩항은 16개 선석을 통합 관리하면서 항만요율을 낮출 예정이다. 독일 함부르크항은 항만과 철도간 복합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 마이애미항과 시애틀 타코마항은 항만간 협력을 준비하는 등 새로운 얼라이언스 체제에 대한 대응을 준비 중이다.

(ChosunBiz 2017.01.30.)